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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쩌면 우리의 이름이 역사서에 남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상실을 끌어안은 채 역사에 남게 되리라는 것이 끔찍해서,
너에게 내 이름을 보게 되거든 지워 달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나는 어떤 것에도 가로막히지 않은 채 목표물을 바라보고 있었나.
죽음과 나를 단절시키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드디어 이 지난한 목숨을 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흔적조차 없이 세상에서 소멸하고 말 것을 그리도 열렬하게 바라 왔던가.
무의미로의 회귀는 내 인생이 줄곧 치달은 종착점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니 내가 네게 한 부탁을 번복한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느 영역의 일이었다.
나는 그때 너에게 유능하고 찬란했던 이름으로 내 인생을 기록해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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