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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살아 보겠다고 했던 말은, 아마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네가 말도 안 되게 처연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런 거짓된 위로를 했다.
그러나 나는 아주 오래전에 죽음의 아가리를 향해서 몸뚱이를 내던질 준비를 마친 뒤였다.
내 목에 드리워진 칼이 없었더라도 나는 스스로 죽었을 것이다.
내가 삼킬 만한 독약이 없었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죽었을 것이다.
누구도 나를 죽이려 들지 않았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멸할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러니 내게 죽음은 미련 하나 없이 쉽고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터였다.
네가 다가와 그리 배신당한 것 같은 얼굴을 한다 해도, 나는 망설임도 가책도 없이 네게 죽음을 재촉해야 옳았다.
하지만 내게 살아달라고도, 죽어 버리라고도 하지 못하는 네 얼굴이, 언제나처럼 지나치게 처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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