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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하께 보내진 것은 전하를 감시하기 위함이 맞습니다. 제가 황제 폐하의 번견인 것 역시,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블러드워스의 가주가 아닙니다. 검으로 져 본 기억은 없으나, 그럼에도 경합에서 탈락했으니까요.
그건 아마도……, 평생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가 황제 폐하의 성에 찰 만큼 충성스럽지 못했다는 의미겠지요.
어쩌면 누군가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굴어야 했던 그 순간부터 저는 이미 불합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본래 그런 미개한 충성에 이토록 노력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수월했죠. 그래요, 조금 더 솔직햊해질까요.
로드리고의 성을 불태우는 일은 걷기 위해 발을 들어올리는 일처럼 쉬웠습니다. 가책이 느껴지지도 않았지요.
저를 포함한 블러드워스는 의문하지 않고 따르는 데에 일가견이 있으니, 그야말로 당연한 일 아니었겠습니까.
수없이 많은 땅을 밟으며 무수한 이들의 터전과 왕성을 불살랐습니다. 그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적은 없습니다.
어떤 블러드워스도 복종의 대상이 아닌 인명을 중히 여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것은 제게 피로에 가까운 익숙함이었습니다.
그러니 전하, 저는 로드리고의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얼굴은 무의미하고 흐린 형상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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