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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의 몸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의 몸에는 상처도, 흉터도, 나와 밤새 치열했던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에게 새겨졌던 내 체온을 새롭게 상기할 기회도 없이 모든 것이 아물어 버려서,

우리는 간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의 목덜미는 늘 상흔이라고는 없이 말끔했고, 나는 그때마다 이유도 없이 섭섭해졌다.

​우리 사이에는 어떤 욕망도 끼어들지 않았다는 양 그의 시간은 매번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남긴 모든 것은 감쪽같이 소거되었는데, 내 기억만은 절대로 닳지 않고 생생했다.

​어떤 사소한 기억도 망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해질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무심함을 한 겹 덮어쓰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탁한 눈으로. 그렇게 보지 마.

​나를 안을 때마다 당신의 눈이 어떻게 일렁이는지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발작하는 나를 달랠 때마다, 당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떨리는지도.

AmertumeNilusi
00:00 /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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