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당신은 감정을 숨기는 데에 제법 능숙했지만, 어쨌든 내게는 지게 되어 있었다.

​방심할 때마다 걱정을 내비친다는 점에서 당신은 정말 끔찍한 거짓말쟁이니까.

​구태여 그런 식으로 보여 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당신을 잘 알고 있다.

지금껏 나를 사랑해 왔던 무수한 시선을 죄 합친 것보다 더 절박한 눈으로 나를 보지 않아도.

​당신의 눈이 너무 명백해서, 어쩌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상투적인 부정도 하지 못했다.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내게 사랑을 속삭이고는 했단 말이다.

물론 당신은 단 한 번도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었다.

​당신의 눈은 그까짓 말 한 마디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랑으로 매번 나를 질식시켰으므로.

알고도 침묵을 지키는 것이든, 혹은 정말로 모르는 것이든 상관없었다.

​나를 아끼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것처럼, 아름답게 박제된 그대로 영영 머물러만 있는다면.

나는 사랑 따위 믿지 않아. 당신이 내게 사랑을 논하면 두려움에 숨어 버리겠지.

AmertumeNilusi
00:00 / 03:23
bottom of page